지역 정치 지형
대한국은 광역자치단체 스물여덟 곳으로 이루어져 있고, 고장마다 표가 다르게 움직입니다. 그 까닭은 이념이 아니라 그 땅이 걸어온 내력과 지금 무엇으로 먹고사느냐에 있습니다. 유세를 준비하거나 공천을 짤 때, 그 고장이 어떤 곳인지 이 책을 펴 보십시오.
서울특별시
🏙 접전 · 지역구 48석
한마디로 — 고장이 아니라 계층의 지도입니다. 전국에서 가장 팽팽합니다.
서울에서는 어느 동네에 사느냐가 곧 어느 편이냐입니다. 자산이 몰린 강남 일대는 세제와
부동산 사안에서 한 덩어리로 움직이고, 셋집 사는 이가 많은 강북과 서남권은 정반대로 움직입니다.
한 도시 안에서 두 개의 이해가 정면으로 부딪치니 총합은 늘 아슬아슬합니다.
그래서 서울은 전국 판세의 증폭기입니다. 나라 전체 여론이 한두 푼만 기울어도
서울의 의석은 크게 흔들립니다. 반 푼 차이로 이기고도 의석은 세 배로 벌어지는 일이
여기서는 예사입니다.
연고에 기대는 호소는 통하지 않습니다. 서울 사람 대부분은 서울에서 나지 않았습니다.
지금 자기 살림에 무엇이 달라지는지가 표를 정합니다.
통하는 말 주거비, 세제, 교통, 교육
안 통하는 말 지역 연고, 향우회, 추상적인 이념
경기도·인천광역시
🏘 중도진보 · 지역구 82석
한마디로 — 다른 데서 온 사람들의 땅. 연고가 없으니 배신감도 없습니다.
신도시는 대부분 바깥에서 온 이들로 채워졌습니다. 향촌 질서도 문중도 옅고, 그 대신
출퇴근 시간과 집값과 어린이집 자리가 정치를 정합니다. 이 고장이 조금 진보 쪽으로
기우는 것은 이념 때문이 아니라 나이 때문입니다. 서른에서 마흔 사이가 전국에서
가장 두껍고, 아이를 키우는 중이며, 대개 셋집이거나 빚을 지고 있습니다.
인천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항만과 물류와 제조가 얹혀 있어 일자리와 임금 이야기가
경기보다 훨씬 무겁게 들립니다.
이 고장은 가장 빨리 마음을 바꿉니다. 뿌리가 없으니 미련도 없습니다.
잘못한 정권을 벌하는 힘이 여기서 가장 날카롭게 작동합니다. 한 번 등을 돌리면
사정을 봐 주지 않습니다.
통하는 말 광역교통, 주거비, 보육과 학교, 생활 물가
안 통하는 말 연고 호소, 오래된 인연, 지역 원로의 추천
관동 — 강원도
⛰ 보수 · 지역구 14석
한마디로 — 산이 갈라놓은 두 개의 강원. 이념보다 인구가 성향을 정했습니다.
영서의 춘천과 원주는 수도권 생활권에 반쯤 들어가 있고, 영동의 강릉과 속초는 바다와
관광으로 삽니다. 같은 도인데 표가 따로 움직입니다. 강원을 한 덩어리로 보고 짠 공약은
반드시 한쪽을 잃습니다.
보수가 앞서는 까닭은 이념보다 사람의 나이에 있습니다. 늙은 이의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젊은이는 수도권으로 빠져나갑니다. 남은 이들은 흔들기보다 지키기를 택합니다.
부대가 많다는 것도 큽니다. 고장 살림이 군에 얽혀 있어 국방 예산과 부대 이전이
곧 밥벌이 문제입니다. 안보 이야기가 여기서는 뜬구름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셈속입니다.
농사는 고랭지 채소와 축산이라 곡창 지대와 이해가 다릅니다. 쌀값에는 심드렁하고
채소값과 유통에는 예민합니다.
통하는 말 철도와 고속도로, 관광 개발, 부대와 공공기관 유치, 농산물 값
안 통하는 말 수도권 잣대, 개발을 막는 환경 규제
호서 — 충청
⚖ 중도 · 캐스팅보트 · 지역구 30석
한마디로 — 몰표를 주지 않는 것이 이 고장의 전략입니다.
충청이 어느 쪽에도 확실히 서지 않는 것은 우유부단해서가 아닙니다. 값을 올리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영남과 호남이 서로에게 묶여 있는 동안, 충청은 매번 마지막 한 표를
쥐고 실속을 챙겨 왔습니다.
땅의 자리도 거듭니다. 한성과 영·호남 사이에 놓여 어느 쪽 물이 들지도 않았고,
길목이라 사람과 물건이 늘 지나갑니다. 이념보다 이해가 앞서는 정치 문화가
여기서 나왔습니다.
대전은 조금 다릅니다. 행정과 연구 기능이 몰려 공직자와 연구직이 많아,
배운 사람이 많고 말은 온건합니다. 거친 언사에 가장 냉담한 도시입니다.
충성도가 가장 낮은 고장이기도 합니다. 약속한 실속이 채워지지 않으면 다음번에는
곧바로 등을 돌립니다.
통하는 말 손에 잡히는 개발·이전 공약, 균형, 중재자 노릇
안 통하는 말 선명성 경쟁, 다른 고장과 편 가르기
영남 — 부산·대구·울산·경상남북도
🏛 보수 · 지역구 68석
한마디로 — 가장 단단한 보수. 다만 안에서 셋으로 갈립니다.
대구·경북 — 질서가 곧 정치입니다
안동을 축으로 한 문중 질서가 향촌의 뼈대로 남아 있습니다. 서원과 종가가 여전히
지역 어른을 길러 냅니다. 여기서 보수는 정책의 선호가 아니라 질서에 대한 감각입니다.
가문과 서열과 절차가 지켜지는 상태를 정상으로 여기고, 그것을 흔드는 쪽을 경계합니다.
동시에 나라가 어려울 때 먼저 나섰다는 자부심이 강합니다.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된 곳이라,
애국은 여기서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고장의 자존심입니다. 안보 사안에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반응합니다.
부산·경남 — 보수이되 열려 있습니다
항구는 사람을 섞습니다. 부산은 영남이면서 외지 사람이 가장 많이 들어온 영남이라
문중 질서가 느슨합니다. 보수가 앞서기는 하되 대구만큼 단단하지 않아, 인물이 좋으면
넘어갑니다.
창원과 마산 일대는 중공업 벨트입니다. 노동조합이 실체로 있어, 먹고사는 문제에서는
왼쪽, 안보와 풍속에서는 오른쪽인 유권자가 두껍습니다. 영남에서 가장 읽기 어려운 표입니다.
울산 — 영남 안의 틈
조선과 자동차와 석유화학이 도시 하나를 먹여 살립니다. 임금 협상 한 번이 고장 살림을
흔드니, 노동 문제에서만은 영남에서 유일하게 진보가 겨룰 만합니다. 다만 그 노동자들이
풍속과 안보에서는 보수적이라, 노동만 들고 오면 이기고 풍속 의제를 얹으면 집니다.
통하는 말 안보, 법질서, 성장, 고장의 자존심, 중앙 요직 배분
안 통하는 말 문중과 향교를 우습게 보는 말, 산업화 세대 깎아내리기
호남 — 광주·전라남북도
🌾 진보 · 지역구 27석
한마디로 — 저항의 기억이 그대로 정체성이 된 곳입니다.
동학농민운동의 본향입니다. 고부에서 일어나 전주성을 열고 집강소를 세운 경험은
중앙 권력은 우리 편이 아니며 우리는 스스로 꾸릴 수 있다는 감각을 남겼습니다.
이 고장의 진보는 이념이라기보다 그 기억의 연장입니다.
곡창이라는 것도 결정적입니다. 쌀이 많이 나는 땅은 늘 걷어 가는 자리였습니다.
풍년이 들어도 남는 것이 없던 세월이 대를 건너 전해지면서, 나눔과 공정을 요구하는
말이 다른 어느 고장보다 구체적입니다. 여기서 분배는 관념이 아닙니다.
산업이 들어설 때 밀린 것도 큽니다. 영남에 제철과 조선이 설 때 이 땅에는 서지 않았고,
그 차이가 수십 년 쌓였습니다. 그래서 개발 공약은 진보 쪽이 들고 와야 먹힙니다.
보수가 같은 말을 하면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다만 한쪽으로 쏠린 만큼 겨룸이 없습니다. 공천이 곧 당선이니 그 오만함에 대한 반감이
쌓이고, 그 틈으로 무소속과 작은 진보 정당이 들어옵니다.
통하는 말 분배, 지역 균형, 농업 지원, 중앙 권력 견제
안 통하는 말 고장 정서를 이용하려는 티, 낙하산 공천
제주도
🌊 진보 · 자치 · 지역구 3석
한마디로 — 섬이라는 것이 곧 정치입니다. 나눔보다 자치를 말합니다.
제주는 한 번도 중앙을 편하게 여긴 적이 없습니다. 귀양지였고, 말을 바치는 목장이었고,
관리들이 잠시 거쳐 가는 자리였습니다. 이재수의 난은 그 쌓인 반감이 터진 사건이고,
해녀들의 항일 투쟁은 이 섬의 저항이 벼슬아치가 아니라 살림하는 사람의 몫이었음을
보여 줍니다.
그래서 제주의 진보는 호남과 결이 다릅니다. 호남이 무엇을 나누느냐를 묻는다면
제주는 누가 정하느냐를 묻습니다. 중앙이 아무리 많이 줘도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받지 않습니다.
관광과 감귤과 어업에 얹힌 살림이라 개발과 보전이 늘 정면으로 부딪칩니다.
마구잡이 개발에 대한 반감이 크고, 환경 이야기가 전국에서 가장 세게 작동합니다.
통하는 말 자치권 확대, 환경 보전, 1차 산업 보호, 뱃삯과 항공료
안 통하는 말 육지 자본의 큰 개발, 중앙의 일방 통보
해서 — 황해남북도·개성
🌾 중도 · 지역구 26석
한마디로 — 곡창과 상업이 겹치는 중간 지대. 어느 쪽으로도 몰리지 않습니다.
해서는 땅으로 보나 표로 보나 경기와 관서 사이의 완충입니다. 어느 색깔도
압도적이지 않아, 이남의 충청과 비슷한 자리에 섭니다.
개성 — 계산이 먼저입니다
고려의 옛 도읍이고 송상의 본거지입니다. 인삼 무역으로 쌓은 상업 자본과
장부를 꼼꼼히 적는 상인 전통이 남아 있어, 개성 사람은 실리에 밝고 이념에 무심하다는
말이 굳어져 있습니다. 이 도시는 언제나 셈을 먼저 합니다.
황해 본토 — 땅과 사람의 문제입니다
곡창입니다. 지주와 소작의 관계가 오래 남아 토지와 분배가 살아 있는 쟁점입니다.
동시에 이 땅은 동학과 천도교의 세력권이었습니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가르침이
향촌에 스며 있어, 농촌치고는 평등에 대한 감수성이 유별납니다.
개성과 황해 본토가 서로 다른 곳을 봅니다. 한 덩어리로 묶어 다루면 반드시 한쪽을 잃습니다.
통하는 말 농업 지원, 땅과 소작 문제, 물류와 길, 실속 있는 개발
안 통하는 말 한쪽으로 몰아가는 편 가르기
관서 — 평양·평안남북도·의주·남포
⛪ 중도보수 · 반중앙 · 지역구 62석
한마디로 — 벼슬길이 막히자 장사로 일어선 땅. 보수이되 중앙에는 순하지 않습니다.
오백 년 동안 끼워 주지 않았습니다
조선은 서북 사람을 쓰지 않았습니다. 평안도에서 나면 문과에 급제해도 요직에 오르지
못했고, 이 배제는 법이 아니라 관행이라 더 완강했습니다. 홍경래가 일어난 것이 그
결과입니다. 이 고장의 정치 감각에는 중앙은 우리를 끼워 주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장사로 갔습니다
벼슬길이 막히자 다른 길을 찾았습니다. 의주의 만상은 국경 무역으로 자본을 쌓았고
평양은 그 돈이 모이는 곳이 되었습니다. 관직이 아니라 장사로 성공한 이들이 고장의 어른이
되면서, 관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일어선다는 윤리가 뿌리내렸습니다.
교회가 학교이자 결사였습니다
근대에 들어 이 땅은 개신교를 가장 빨리 받아들였습니다. 평양은 나라의 종교 중심이 되었고,
교회는 신앙 공동체이면서 학교이면서 정치 결사였습니다. 오산학교와 물산장려운동이 여기서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자립과 배움과 근면이라는 세 낱말이 신앙과 상업과
민족운동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표가 됩니다
살림에서는 뚜렷이 오른쪽입니다. 규제와 관치에 반감이 크고 세금과 간섭을 싫어합니다.
풍속에서도 완고합니다. 교회의 힘이 세서 가족과 성에 관한 사안에서 전국에서 가장 격렬하게
반발합니다.
그런데 중앙에는 순하지 않습니다. 한성이 정한 것을 그대로 받지 않습니다.
보수 정당이라도 중앙당이 일방적으로 내리꽂으면 등을 돌립니다.
관에 기대는 보수는 여기서 안 먹힙니다.
통하는 말 규제 완화, 상공인 지원, 지방 재정 자율, 교육 투자, 종교계 존중
안 통하는 말 중앙 통제 강화, 관 주도 사업, 낙하산 인사
관북 — 함경남북도·함흥·나진
🏭 진보 · 노동 · 지역구 39석
한마디로 — 가장 심하게 밀려났고, 가장 먼저 노동자가 된 땅입니다.
관서가 홀대라면 이곳은 배제였습니다
이시애가 일어난 뒤 함경도 사람의 등용은 사실상 막혔습니다. 이 땅은 귀양지이자
변방을 지키는 자리로 취급되었습니다. 척박한 산에서 화전을 일구고 국경을 지키며 살아온
세월이 중앙에 대한 기대 자체를 지웠습니다. 관서 사람이 끼워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관북 사람은 애초에 바라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근대가 이 땅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흥남의 화학 공장, 청진의 제철소, 압록강의 물길이 들어서면서 관북은
이 나라에서 가장 먼저 큰 규모의 임금 노동자가 생겨난 고장이 되었습니다.
농사꾼이 아니라 공장 노동자가 사회의 한복판에 선 것은 여기가 처음입니다.
오랜 배제와 이른 노동자화가 겹치면서, 노동조합과 소작인회가 군 단위로 짜였고
파업과 쟁의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국경 너머로 이어지는 이주와 저항의 연결망도
이 땅을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이런 표가 됩니다
뚜렷이 왼쪽입니다. 노동조합 가입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임금과 산업안전과 고용 안정이
다른 무엇보다 앞섭니다. 노동을 앞세운 정당이 실제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권역입니다.
중앙에 대한 불신이 극단적입니다.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약속을 지켰는지를
집요하게 따집니다. 또 강인함을 미덕으로 여겨 딱하게 보는 태도를 모욕으로 받아들입니다.
도와주겠다는 말도 시혜가 아니라 권리의 말로 해야 합니다.
나진은 다릅니다
자유무역항이자 국경 교역의 창구라 상인과 물류의 도시입니다. 관북 안에서 유일하게
보수가 겨룰 만한 곳이고, 그래서 늘 아슬아슬합니다. 관북을 한 덩어리로 보고 짜면
나진에서 반드시 헛발을 딛습니다.
통하는 말 임금과 고용, 산업안전, 노조 권리, 공업 투자, 국경 무역(나진)
안 통하는 말 딱하게 여기는 말투, 낙후지로 규정하기, 노동 유연화
쟁점별로 갈리는 자리
같은 고장도 무엇을 묻느냐에 따라 다르게 섭니다. 유세를 짤 때 이 표를 함께 보십시오.
| 쟁점 | 가장 찬성 | 가장 반대 | 갈라지는 곳 |
|---|---|---|---|
| 노동 규제 강화 | 관북, 울산, 인천 | 관서, 대구·경북 | 부산·경남 |
| 재산 과세 강화 | 관북, 호남, 서울 강북 | 서울 강남권, 관서 | 경기 신도시 |
| 규제 완화·기업 지원 | 관서, 대구·경북, 개성 | 관북, 호남 | 충청 |
| 지방 분권 | 관서, 관북, 제주, 호남 | 중앙 관료층 | 수도권 |
| 안보·국방 강화 | 대구·경북, 강원, 나진 | 관북, 호남 | 관서 |
| 가족·풍속 사안 | 수도권, 제주 | 관서(교회), 영남(문중) | 관북 |
| 환경 규제 | 제주, 강원 영동 | 관북(공업), 울산 | 해서 |
| 농업 지원 | 호남, 해서, 충청 | 도시권 | 강원(품목이 다름) |
가장 다루기 어려운 두 곳
관북 — 살림은 확실히 왼쪽인데 풍속은 보수적입니다. 진보 정당이 노동만 들고 가면
이기고, 풍속 의제를 얹으면 흔들립니다.
관서 — 살림도 풍속도 오른쪽인데 중앙에는 반감이 큽니다. 보수 정당이 중앙당 논리로
밀어붙이면 오히려 잃습니다.